입춘굿뉴스/뉴스레터

2015 을미년 탐라국 입춘굿 뉴스레터 no.5 - 을미년 입춘굿 춘경 축사 (제주대학교 허향진 총장)

제주민예총 2015. 2. 3. 10:00


2015 을미년 입춘굿 춘경(春耕) 축사(祝辭)




입춘 풍속은 상고 탐라왕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제주의 유풍이었습니다.
이를 ‘춘경(春耕)’이라 하였으니 봄 밭갈이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로서, 
이전에는 탐라왕이 친히 밭갈이를 시작하면서 백성들과 풍요를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풍요뿐만 아니라 제주 전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행사였습니다. 
위와 아래가 함께 어울리고 좌우가 하나 되는 통합의 행사였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만이 아니고 정신적으로도 행복해지길 비는 이 기쁜 행사에 호장(戶長)을 맡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예전에 호장은 입춘 당일 이 ‘춘경’-입춘굿놀이를 주재하였다고 합니다. 
입춘 전날 전도의 무당들이 모이게 하여 낭쉐(木牛)를 조성하게 하고, 
입춘날에 이르러 그들을 지휘하여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도민들과 한바탕 놀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음식과 연초를 함께 나누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는 이 입춘굿 행사를 주재하면서 느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근자에 들어 도민들의 화합이 깨지고 여러 군데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 도지사와 도의원 간의 갈등, 급작스런 중산간 개발과 
중국인 투자에 따른 자연파괴와 불안감 조성 등 여러 가지 갈등 요소들이 새해를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입춘굿은 바로 갈등을 화합으로, 분열을 화해로 바꾸는 놀이이며 대동단결하는 축제이니,
이 놀이를 기점으로 제주도가 다시 하나로 합하고 조화와 상생의 정신을 회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 이런 위대한 통합의 전통이 있었음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오늘 이 입춘굿놀이를 주관한 제주민예총 박경훈 이사장, 제주도 심방의 대표격인 도황수 역을 맡아 
입춘굿을 이끌어갈 서순실 심방과 함께 제주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면서 
탐라국 시절 전 도민을 위한 제문을 다시 읽어 봅니다. 
“위로 하느님을 위하고 아래로 지부왕을 위하고, 
물을 위하고 사직을 위하고, 천지개벽 후에 낸 규칙을 위합니다. 
금년은 오곡이 풍성하여 이 창고에 넘치도록 하여 주십시오.” 라는 기원문입니다. 

우리도 하늘과 땅을 위하고 자연과 조상을 위하고, 
국가가 낸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며 한 해의 풍요와 평화를 기원해 보도록 합시다. 
우리의 자발적 노력이 결실과 연결된다는 각오도 함께 하면서, 
2015년 한 해 부지런히 노력하여 아름다운 제주, 살기 좋은 제주, 화합하는 제주, 
평화 제주를 실현하여 보도록 합시다. 제주 도민 여러분 한 해 큰 복덕을 누리시길 다시 기원하나이다.


2015년 입춘일
제주대학교 총장 허 향 진 拜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