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탐라국 입춘굿은 예년에 비해 친경적전(親耕籍田)의 소품인 낭쉐(나무소)에 제사를 올리는 낭쉐코사를 간소화하고 대신 농경신 자청비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세경제는 강화한다. 친경적전은 탐라왕이 낭쉐를 몰며 밭을 갈던 의례로 입춘굿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5 을미년 탐라국 입춘굿을 주관하는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26일 제주시 중앙로 도서출판 각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행사의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입춘굿은 ‘입춘, 원도심을 깨우다!’를 주제로 2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목관아와 원도심에서 열린다.

 

양동규 제주민예총 사무처장은 “제주시청에 낭쉐를 모셔놓고 제주시장 등이 제관으로 참여해 제를 올리던 낭쉐코사는 친경적전의 소품격인 낭쉐를 신격화(神格化)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올해부터 낭쉐를 제작한 작가와 심방이 참여하는 약식제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사무처장은 “대신 오곡 씨앗을 가져오는 자청비 여신에게 풍요를 비는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의 비중을 강화했다”며 “입춘굿이 본래 입춘을 맞아 탐라왕이 몸소 농사짓는 모습을 재현하며 한해 풍농을 기원하던 행사란 취지에 걸맞게 방향을 재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최상돈 입춘굿 예술감독은 “한해가 시작되는 입춘이란 시점에서 1만8000 신들을 모셔놓고 한해 풍요와 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던 의미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도민은 물론 지하상가, 동·서문시장 상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심축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입춘굿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3일 제주성미륵제·거리제와 제주신화신상 걸궁, 낭쉐코사, 세경제 등이 열리고 4일엔 입춘굿 본굿, 입춘탈굿놀이, 춘경문굿, 낭쉐몰이·친경적전 등이 진행된다. 5일에는 놀이굿이 마련돼 어린이 난타, 실내악, 전통공연 난장 등이 펼쳐진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