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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합뉴스 | 제주목 관아서 탐라국 입춘 본굿…무사안녕 기원

제주민예총 2015. 2. 12. 17:02

제주목 관아서 탐라국 입춘 본굿…무사안녕 기원

제주서 열린 탐라국 입춘굿
제주서 열린 탐라국 입춘굿(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절기상 봄에 들어서는 입춘인 4일 제주목 관아에서 탐라국 입춘굿이 열린 가운데 제주큰굿보존회가 본굿의 초감제를 집전하고 있다. 입춘굿은 탐라국 시대부터 입춘에 한 해 풍요를 기원하며 여는 제주 전통행사다. 2015.1.4. koss@yna.co.kr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비나이다. 제주 1만8천신께 비나이다. 올 한 해 모두가 번창하고 건강하게 지내도록 보살펴 주십써(주세요)."

을미년의 봄에 들어서는 입춘인 4일 탐라국 입춘굿의 본굿이 제주목(濟州牧) 관아(官衙) 망경루 앞마당에서 '입춘, 원도심을 깨우다'를 주제로 열렸다. 제주목 관아를 찾은 도민과 관광객 100여명은 무당(무속인)의 춤사위가 신들린 듯 빨라질 때마다 두 손 모아 가족과 이웃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입춘굿 본굿은 제주도큰굿보존회가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1만8천신을 불러 모아 망경루 앞마당에 좌정(坐定)하도록 하는 초감제를 시작으로, 국악단 가향과 풍물패 신나락의 창극 '자청비의 사랑'과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十王)을 맞는 시왕맞이 굿으로 이어져 절정에 달했다.

농경의 신인 세경신을 기쁘게 하려고 제주의 일 년 농사 전 과정을 놀이 형태로 만든 세경놀이굿도 제주도큰굿보존회의의 집전으로 펼쳐졌다. 제주 신화에 나오는 세경신은 '자청비' 여신이며, 제주의 무속 본풀이인 세경 본풀이에 이 여신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사안녕 기원하는 입춘굿 본굿
무사안녕 기원하는 입춘굿 본굿(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절기상 봄에 들어서는 입춘인 4일 제주목 관아에서 탐라국 입춘굿이 열린 가운데 제주큰굿보존회가 본굿의 초감제를 집전하고 있다. 입춘굿은 탐라국 시대부터 입춘에 한 해 풍요를 기원하며 여는 제주 전통행사다. 2015.1.4. koss@yna.co.kr

또 탐라왕이 진행했던 모의 농경의례로,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몰아 밭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경적전(親耕籍田)이 재연됐으며 제주 유일의 탈춤인 입춘탈굿놀이가 진행돼 관람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본굿 행사 전에는 풍물패가 제주도청과 제주도의회, 제주시청을 돌며 거리굿인 춘경 문굿으로 새봄이 왔음을 알렸다. 

올해부터 입춘굿의 본굿은 과거 조선시대 관아 안의 망경루 앞마당에서 열던 것을 재연하기 위해 기존 관덕정 앞마당에서 제주목 관아 망경루 마당으로 옮겨 진행됐다.

최상돈 탐라국 입춘굿 총감독은 "조선시대 이형상 제주목사가 제주지역의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탐라순력도에는 제주목 관아 안에서 입춘굿을 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탐라의 '낭쉐 몰이' 재연
탐라의 '낭쉐 몰이' 재연(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절기상 봄에 들어서는 입춘인 4일 제주목 관아에서 탐라국 입춘굿이 열린 가운데 고대 탐라의 왕이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몰아 밭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경적전(親耕籍田)이 재연되고 있다. 쟁기를 잡은 이는 허향진 제주대 총장. 입춘굿은 탐라국 시대부터 입춘에 한 해 풍요를 기원하며 여는 제주 전통행사다. 2015.2.4. koss@yna.co.kr

행사장 주변에는 꼬마낭쉐 만들기, 입춘 춘첩 쓰기, 전통탈 만들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려 도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해 봤다. 또 입춘 국수 장터와 입춘 소품 판매전, 입춘탈 전시, 기메지전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됐다. 

입춘굿 마지막 날인 5일에는 꾸러기놀이국안단의 어린이 난타, 이경식과 뚜럼의 제주신화마임, 제주樂의 실내악연주, 제주춤아카데미의 예기무, 민요패 소리왓의 우리할망넨 영 살앗수다, 노리안마로의 전통공연난장이, 제주시민속보존회의 대동 난장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입춘굿은 '신들의 고향'인 제주의 1만8천 신들이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新舊間)이 끝나고 새로운 신들이 좌정하는 '새 철 드는 날'인 입춘에 민·관·무(巫)가 하나 돼 벌였던 축제다. 

탐라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입춘굿은 일제 강점기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됐다가 지난 1999년 복원됐다. 이후 해마다 열리며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로 자리 잡았다.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