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회 4·3문화예술축전 '접화군생(接花群生), 뭇 생명 꽃으로 피다' |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4·3문화예술축전은 내달 3일부터 5월10일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열린다.
제주민예총이 주최·주관하며 제주도,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교육청이 후원하는 이번 축전의 슬로건은 ‘접화군생(接花群生), 뭇 생명 꽃으로 피다’다.
거리굿, 음악회, 미술제 등 4.3예술 프로그램과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도내외 뮤지션들이 창작곡을 발표하는 4·3평화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선 추념일 당일인 내달 3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마당에서는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다.
거리굿은 4·3을 주제로 30여 단체, 100여명의 예술인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장르의 복합문화예술 마당이다.
제의로서의 굿 보다는 해학과 성찰, 위무의 성격을 갖는 예술적 행위로서의 굿이다.
4·3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체험·전시 부스가 운영된다. 또 음악·퍼포먼스·마당극 등 공연도 연출된다. 거리굿은 최상돈 예술감독이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도쿄와 배트남 등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 함께 참여해 동북아 평화 교류의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다.
역사의 한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4·3미술제’는 내달 4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4.3미술제의 주제는 ‘얼음의 투명한 눈물’이다.
탐라미술인협회, 제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 소속 작가들과 전국의 참여희망작가 중 선정된 작가들이 참여한다.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및 설치작품, 각종 자료 등이 전시된다.
제주4·3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줄 ‘4·3 사진전-잃어버린 마을, 남은 자들’은 내달 8일부터 12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탐라사진가협의회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는 김기삼, 정이근, 강정효, 김호천, 한종경, 김영하, 이병철, 김명선 등 8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한다.
비극의 현장을 찾아 벌이는 위령퍼포먼스인 ‘찾아가는 현장위령제-정방폭포 해원상생굿’은 내달 11일 오전10시부터 정방폭포와 소남머리(서복전시관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해원상생굿은 ‘학살의 터’를 찾아 인간의 영혼뿐만 아니라 상처 받은 장소를 함께 치유하는 생명살림굿이다.
위령굿은 제주큰굿보존회에서 집전한다. 시낭송, 음악공연,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도내외 예술가들이 위무의 공연을 함께 펼칠 예정이다.
제주4·3의 역사와 문화를 청소년들에게 예술적 감수성으로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4·3 문화마당’이 진행된다.
청소년 문화마당 첫 번째 프로그램인 ‘청소년 4·3역사문화 탐방’은 내달 11일 오전 10시부터 서귀포시 서귀리 4·3유적지에서 진행된다.
서귀포 관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게 된다.
이어 2회에 걸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청소년 4·3문화교실 1’은 내달 28일 오전 9시 서귀포초에서 열린다.
또 ‘청소년 4·3문화교실 2’는 내달 29일 오전 9시 서귀북초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주4·3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 떠나는 4·3문학기행도 진행된다.
제주작가회의가 마련한 ‘의인을 찾아서-제주 동부지역을 가다’ 프로그램은 내달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4·3의 한을 무대위에서 풀어낼 ‘사월굿-꽃사월 순임이’는 내달 24일과 25일 2일간 제주영상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다.
놀이패 한라산이 마련한 이날 공연은 4·3으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평생 기다려온 70대의 순임이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학살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민요패 소리왓이 선보이는 ‘4·3 소리판굿-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공연은 내달 25일과 26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오는 5월7일 오후6시에는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4·3평화음악회’가 열린다.
‘평화의 기억(Memory of Peace)’를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음악회다. 류준영 음악감독이 담당한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균, 남기다밴드, 뚜럼, 묘한, 사우스카니발, 최상돈, 흔적, 대학동아리 밴드 액센트, 로망스 등이 참여한다. 도내외 뮤지션들이 4·3을 주제로 한 창작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 외에도 제주작가회의가 마련한 ‘4·3희생자 추념 시화전’이 내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제주4·3평화재단 시간의 벽에서 진행된다.
미술작품 속에서 제주4·3의 역사적 진실을 만날 수 있는 ‘4·3 미술제 대표작품선’ 전시회는 지난 25일부터 6월30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 초청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탐라미술인협회가 주관한다.
4·3미술작품들은 역사적 사건을 예술가들의 추체험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예술적 감성을 통해 4·3의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탐라미술인협회 소속 작가들이 20여 년간 지속해온 4·3미술제에 출품됐던 작품들은 그 자체로 4·3진상규명운동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다.
제주민예총은 “4·3 당시 또는 4·3 이후, 4·3으로 응어리진 멍든 가슴과 피폐한 영혼들이 모두 4·3예술의 판과 만나서 ‘꽃(花)’으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접화군생(接花群生)’을 올해 4·3예술제의 화두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제주민예총은 이어 “최근 갈수록 도가 지나쳐 가는 ‘4·3역사흔들기’ 와중에서 예술은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엄중한 질문 앞에,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일이 예술의 일이 아닐까 한다”며 “그 꽃은 생명 없는 조화(造花)가 아니라 피비린 역사를 머금고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상생의 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