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입춘굿/제주전통문화

마을이 평안하게 된다는 속신에서 쌓아 올린 탑, 방사탑

제주민예총 2015. 1. 8. 17:58

마을이 평안하게 된다는 속신에서 쌓아 올린 탑, 방사탑

 

유 래

방사탑은 마을 어느 한 방위에 어떤 불길한 징조가 비친다거나 아니면 어느 한 지형이 비교적 虛(허)하다면 그러한 허한 방위를 막아야 마을이 평안하게 된다는 속신에서 쌓아 올린 탑이다. 탑을 쌓아 올릴 때는 그 속에 밥주걱이나 솥을 묻고, 그 위에 돌담을 사람의 키 높이 이상 쌓아야 된다는 것이다. 밥주걱을 묻는 이유는 솥의 밥을 긁어 담듯이 외부의 재물을 마을 안으로 담아 들이라는 뜻이요, 솥을 묻는 것은 솥은 무서운 불에도 끄덕 없이 이겨내는 것이니 마을의 재난을 방액해 달라는 뜻에서 이루어진 유감주술적인 사고다.

방사탑은 속칭 '거욱대', '거욱', '거왁', '극대' 라고 하며, 어떤 마을에서는 탑과 다소 다른 의미로 구분하기도 한다. 거욱대 역시 탑과 같은 동기에서 세워진다. 영평하동의 겨우 풍수지리적으로 남북이 허하다 하여 '南坮北塔(남대북탑)', 즉 남쪽에는 '거욱대'를 세우고 북쪽에는 '방사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영평하동의 거욱대는 소위 제주 돌하르방류에 속하는 석상을 돌로 쌓은 대 위에 만들어 세웠고, 탑은 다른 지역의 것과 비슷한 것인데 없어졌다. 이런 경우는 조천읍 신흥리의 '영등하르방' 과 유사한 것이다. 신흥리는 탑 위에 돌하르방을 세워 '영등하르방'이라 부르기도 하고, 보통 거욱대라고도 부른다. 또 제주시 이호동이나 북제주군 한림읍 곽지리 등 다른 마을에서는 거욱대를 나무로 만들어 세웠다고 하는데 비바람에도 좀처럼 썩지 않는 비자나무나 참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육지부의 장승에는 나무로 만든 목장승도 있고 돌로 만든 석장승도 있다. 마을 입구나 마을 경계에 방액이나 마을의 수호르 위하여 깍아 세웠다. 제주도의 방사탑과 거욱대도 육지부의 '장승', '솟대' 가 가지는 방액·방사의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명칭과 기능


육지의 장승과 솟대 신앙은 그 명칭과 기능면에서 제주도의 방사탑이나 돌하르방의 속신과 서로 유사하다. 육지에서는 장승을 '장승', '벅수', '장군석', '법수' 라 하며, 제주도에서는 '돌하르방', '돌장승', '벅수머리', '우석목' 이라 한다. 그리고 육지에서는 솟대를 '솟대', '짐대', '진대', '오릿대', '솔대' 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거욱대', '거왁', '극대' 라 한다. 육지에서 '탑'은 '미륵' 과 함께 '장승' 의 기능을 가지고 장승으로 분류되며 장승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거욱대' 와 탑은 동일한 기능을 갖는 것이다. 육지부 석장승의 영향으로 돌하르방이 만들어졌으나, 방사탑의 속신은 육지의 장승·솟대신앙과 비슷하다. 방사탑은 육지부의 솟대와 같은 기능을 지니며 장승이나 미륵신앙의 흔적도 보인다.

탑은 보통 좌우, 음양, 남북 대칭으로 쌓는 것이 보통이며, 탑 위예 새의 형상을 한 돌이나, 사람의 모양을 한 석상을 세운다. 그리고 그 명칭을 '거욱대' 와 동일시하거나 '南坮北塔' 즉 '남쪽에는 탑을 세우고, 북쪽에는 거욱대를 세웠다' 고 하여 그 모양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방사탑은 장승, 솟대, 미륵돌의 기능 일부를 지니고 있다. 탑을 마을의 허한 방향에 세우면, 액운과 살을 막아 준다는 풍수지리적인 '방사의 기능' 과 함께 마을의 안녕을 보장하고 수호하며 전염병의 예방, 화재 예방, 해상의 안전과 아이를 낳게 하고 보호해 주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제주도, 『제주도문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