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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주도민일보 | 외면받는 입춘굿, 원형 연구부터

제주민예총 2015. 1. 13. 13:08




- ㈔제주민예총·㈔제주전통문화연구소 정책세미나
국내유일 입춘 풍농굿, 시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 주문

 


 
▲ 일제시대 입춘굿놀이의 모습. 육지부의 풍농굿이 정월대보름에 이뤄졌다면, 제주의 풍농굿인 입춘굿놀이는 이색적이게도 입춘날을 즈음해 마련됐다. 

24절기 중 첫번째 절기인 ‘입춘’. 옛 제주목사들은 입춘때 도내 심방(무당)을 불러모아 한 해 풍년과 도민 평안을 기원했다.

육지부의 풍농굿이 대개 정월대보름에 이뤄졌다면 제주의 풍농굿은 이색적이게도 입춘날을 즈음해 마련됐다.
 
일부에서는 한·중·일 모두 농경세시를 중시했지만 입춘에 맞춰 이처럼 적극적인 축제를 공동체 수장이 이끌어 간 경우는 제주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탐라국입춘굿놀이는 단순한 전통축제가 아닌, 국내 유일의 입춘절 축제로 제주 문화의 정체성과 연관된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의견이다. 관련 기록은 이원조의 「탐라록」이나 김석익의 「심재집」, 김두봉의 「제주도실기」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입춘굿놀이는 대한제국 말기까지 행해지다 일제강점기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 1999년 민속학자 문무병씨가 관련 자료를 추려 제주의 전승문화축제로서 입춘굿놀이를 복원했다.

이후 입춘굿놀이는 ㈔제주민예총이 제주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매년 입춘 무렵 관덕정 일대에서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재개 13년째, 탐라국입춘굿놀이는 여전히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 관계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는 입춘굿놀이를 대시민축제로 활성화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원형성 확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우선 입춘굿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5일 제주시열린정보센터에서 탐라국입춘굿놀이 육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탐라국입춘굿놀이 발전방향 모색’ 발제를 맡은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소장은 현 입춘굿축제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다.

박 소장은 “현 입춘굿축제의 굿 시연이 원형성 확보가 덜 됐고, 탈굿 역시 제주에 탈춤이 전해 내려오지 않는 탓에 탈에 대한 고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탈굿의 탈 원형이 나무인지 종이인지 조차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탐라국입춘굿놀이의 옛 모습을 간직한 국립박물관 소장 은판사진이 흑백사진이라 당시 굿탈의 색상을 식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박 소장은 타 지역 탈에 대한 비교연구 등을 통해 제주굿탈의 원형성을 우선 보완해야 할 것으로 봤다.

입춘굿에 앞서 매년 미술인들이 제작하는 낭쉐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소장은 “낭쉐(나무 소)가 역사기록에서 전하는 낭쉐에 비해 규모가 크고, 낭쉐에 쟁기를 메우고 호장이 밭을 가는 시연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시정해야 할 것”으로 봤다.

친경적전 농경의례가 누락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박 소장은 “문헌상에 전하는 입춘굿 축제의 핵심연행이, 탐라왕이 친히 목우를 부리며 쟁기질을 모의적으로 행하는 친경권농의 모의의례인데 이 연행은 복원 첫 해부터 누락됐다”고 아쉬워했다.

박 소장은 이어 “1년내내 연구하고 입춘날 풀어놓는 축제가 돼야 한다”며 탐라국입춘굿놀이의 원형 연구를 우선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의 참여와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봤다.

더불어 박 소장은 예산규모를 19억원으로 잡은 새로운 탐라입춘굿놀이 모델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입춘굿을 단순한 입춘굿 자체로 인식하는 데에서 벗어나 1만8000신이 좌정하는 신구간의 완성 및 새철의 시작으로 보기 위해 축제일을 신구간에서 입춘날까지 총 14일로 잡았다.

또한 입춘일에는 야간에 활을 쏘는 탐라순력도 중 ‘관덕야사’와 80세이상 장수원로 100인을 초청해 전통한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제주양노’ 등의 재현을 주문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신구간에 행해지는 행위를 축제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체적 방법 고안이 중요할 것으로 봤다.

강 소장은 “불을 통해 제의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든가, 팥·소금을 뿌려 척사하는 행위, 떡을 돌리며 이웃과 유대를 강화하는 행위 등을 축제에 끌어들여야 축제가 시민 일상과 보다 깊은 연결고리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정임 mu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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