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입춘굿' 내달 3일 개막…"봄맞이 가세"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아득한 옛날, 제주를 '탐라국'이라고 하던 시절에 시작됐던 '입춘굿'이 내달 3∼5일 제주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제주시와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은 2월 3∼5일 '입춘, 원도심을 깨우다'라는 주제의 '2015 을미년 탐라국 입춘굿'을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입춘굿은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알려진 복신미륵(福神彌勒)인 동자복(東資福)과 서자복(西資福)에게 제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설문대여신, 영등신, 대별왕, 소별왕과 세경 3신인 자청비, 문도령, 정수남 등의 신상등(燈)을 앞세운 풍물놀이패가 거리를 돌며 시민을 주행사장인 제주목(濟州牧) 관아(官衙)로 이끈다.
하늘에서 오곡씨를 가져온 자청비 여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며 지내는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와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모시고 고사를 지내는 '낭쉐코사'도 이어진다.
입춘(立春)인 4일에는 제주도의 주요 관청과 교통의 관문인 제주공항, 제주항 등지에서 춘경문굿과 입춘걸궁이 벌어진다. 제주큰굿보존회는 1만8천 신을 모시고 도민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입춘굿을 선보인다.
창극 '자청비의 사랑'과 탐라왕이 낭쉐를 몰며 밭을 가는 의례인 친경적전(親耕籍田), 밭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제주 유일의 전승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가 차례대로 진행된다.
마지막 날은 꾸러기놀이국안단의 어린이 난타, 이경식과 뚜럼의 제주신화마임, 제주樂의 실내악연주, 제주춤아카데미의 예기무, 민요패 소리왓의 우리할망넨 영 살앗수다, 노리안마로의 전통공연난장이, 제주시민속보존회의 대동 난장이 펼쳐진다.
체험마당으로 입춘첩 쓰기, 윷점, 소원지 쓰기, 꼬마낭쉐 만들기, 무병장수 초상화 그리기, 입춘 기념사진 찍기, 전통 탈 만들기, 도예·판화 체험 등이 마련된다. 복주머니 등을 파는 입춘 장터와 먹을거리마당도 운영된다.
입춘굿은 '신들의 고향' 제주의 1만8천 신들이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新舊間)이 끝나고 새로운 신들이 좌정하는 '새 철 드는 날'인 입춘에 민·관·무(巫)가 하나 되어 벌였던 축제다. 입춘굿은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됐다가 1999년 복원됐다. 이후 해마다 열리며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로 자리 잡았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입춘굿은 제주의 많은 축제 가운데 탐라국시대에 시작된 진정한 전승 문화축제"라며 "입춘굿을 계기로 봄맞이 가는 도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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